자동매매 봇 개발, 어떤 언어로 시작할까? Python vs Go 비교
자동매매 봇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으면 첫 결정이 언어 선택입니다. 검색해 보면 "Python이 쉽다", "Go가 빠르다" 정도의 답만 나옵니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정작 궁금한 건 내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덜 후회할까입니다.
같은 그리드 봇을 Python으로 한 번, Go로 한 번 만들어 본 입장에서 네 가지 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1. 개발 속도 — Python 압승
초기 프로토타입은 Python이 확실히 빠릅니다. 시세를 받아서 조건을 확인하고 주문을 넣는 최소 루프가 30줄이면 나옵니다.
import requests, time
while True:
price = requests.get(URL, params={"markets": "KRW-BTC"}).json()[0]["trade_price"]
if price < target:
buy(price)
time.sleep(3)
Go로 같은 걸 쓰면 구조체 정의, JSON 언마샬링, 에러 처리까지 붙어서 세 배쯤 길어집니다.
type Ticker struct {
Market string `json:"market"`
TradePrice float64 `json:"trade_price"`
}
resp, err := http.Get(url)
if err != nil {
return fmt.Errorf("ticker 조회 실패: %w", err)
}
defer resp.Body.Close()
var tickers []Ticker
if err := json.NewDecoder(resp.Body).Decode(&tickers); err != nil {
return fmt.Errorf("응답 파싱 실패: %w", err)
}
다만 이 차이는 첫 주에만 유효합니다. 코드가 2,000줄을 넘어가면 Python은 "이 변수에 뭐가 들어있더라"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쓰고, Go는 컴파일러가 대신 잡아줍니다. 실제로 Python 봇에서 겪은 버그의 상당수가 None이 흘러 들어와 터지는 종류였습니다. 타입 힌트를 붙이면 나아지지만, 강제되지 않으니 결국 안 붙이게 됩니다.
2. 성능 — 대부분의 봇에서는 무의미, 예외가 있다
솔직히 말해 거래소 API를 호출하는 봇에서 언어 성능은 병목이 아닙니다. HTTP 왕복이 50~300ms인데 계산에 0.1ms가 걸리든 2ms가 걸리든 차이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개인 봇은 Python으로 충분합니다.
Go가 의미 있어지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 동시에 많은 것을 지켜볼 때: 종목 50개, 거래소 3곳, 웹소켓 여러 개를 동시에 다루면 goroutine 모델이 훨씬 편합니다. Python은 GIL(한 번에 파이썬 바이트코드 하나만 실행되게 하는 잠금) 때문에 스레드로 CPU 작업을 나누는 데 제약이 있어, asyncio나 멀티프로세싱으로 우회해야 합니다.
- 온체인 차익거래처럼 지연이 곧 손실일 때: 여러 풀의 견적을 동시에 계산해 밀리초 단위로 판단해야 하면 Go 쪽이 유리합니다.
- 장시간 무중단 운영: 며칠씩 도는 프로세스에서 메모리 사용량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 Go: 종목 50개 시세를 동시에 긁는다 — 이게 자연스러움
var wg sync.WaitGroup
for _, m := range markets {
wg.Add(1)
go func(market string) {
defer wg.Done()
p, err := fetchPrice(market)
if err != nil {
log.Printf("%s 조회 실패: %v", market, err)
return
}
results.Store(market, p)
}(m)
}
wg.Wait()
3. 라이브러리 — Python이 넓고, Go는 깊이가 다르다
Python은 생태계가 압도적입니다. pandas로 데이터 정리, ta-lib로 지표 계산, matplotlib로 차트, scikit-learn으로 모델링까지 한 번에 됩니다. 백테스팅과 전략 연구는 Python이 사실상 표준입니다.
반면 Go는 트레이딩용 고수준 라이브러리가 빈약합니다. 이동평균, RSI 같은 지표를 직접 구현해야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이런 지표는 대개 수십 줄이고, 한 번 만들면 계속 씁니다.
// Go에는 마땅한 지표 라이브러리가 없어 직접 짠다 (그래봤자 10줄)
func SMA(values []float64, period int) float64 {
if len(values) < period {
return 0
}
sum := 0.0
for _, v := range values[len(values)-period:] {
sum += v
}
return sum / float64(period)
}
한 가지 더. 암호화·서명 관련은 Go 표준 라이브러리가 훌륭합니다. HMAC, SHA512, JWT 서명 같은 거래소 인증 코드를 외부 패키지 없이 표준 라이브러리만으로 짤 수 있습니다. 의존성이 적으면 몇 달 뒤 "패키지 업데이트 때문에 봇이 멈췄다"는 사고가 줄어듭니다.
4. 배포·운영 — Go가 편하다
이 항목이 의외로 체감 차이가 큽니다.
- Go:
go build하면 실행 파일 하나가 나옵니다. 서버에 복사하고 실행하면 끝입니다. 런타임도, 가상환경도, 패키지 설치도 필요 없습니다. 크로스 컴파일도 환경변수 두 개면 됩니다. - Python: 서버에 파이썬 버전을 맞추고, venv를 만들고, requirements를 설치해야 합니다. 로컬에서 되던 게 서버에서 안 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Docker로 감싸면 해결되지만 그만큼 다룰 게 늘어납니다.
# Go: 윈도우에서 리눅스 서버용 바이너리 뽑기
GOOS=linux GOARCH=amd64 go build -o tradingbot main.go
# 결과물 하나만 서버에 올리면 끝
그래서 뭘 고를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처음 만들어 보는 거라면 → Python. 아이디어가 되는지 안 되는지 빨리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언어 배우다 지치면 봇은 영영 안 나옵니다.
- 백테스팅·전략 연구가 주력이라면 → Python. 대안이 없다시피 합니다.
- 24시간 돌릴 실전 봇, 종목·거래소가 여러 개라면 → Go. 운영 안정성과 배포 편의가 개발 속도 손해를 갚고도 남습니다.
- 온체인·저지연 영역이라면 → Go. 여기서는 성능이 실제로 돈입니다.
현실적인 절충안도 있습니다. 전략은 Python으로 연구하고, 검증된 로직만 Go로 옮겨 실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언어를 다 배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봇 하나를 이미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옮기는 작업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구조가 이미 머릿속에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언어 선택이 봇의 수익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고민에 일주일을 쓰느니 아무 언어로든 시세 조회 코드를 오늘 돌려 보는 편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이 글은 교육·정보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자동매매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으며, 모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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